최혜영의 '그것은 인생' 평택역에서 모든 걸 빼앗긴 소년, 구두닦이 형과의 재회 [시리즈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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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역 골목에서 모든 걸 잃었다” 훗날 영화 '행복을 찾아서' 윌 스미스 처지와 같았던 화
🚽 “평택역 골목에서 모든 걸 잃었다” 훗날 영화 '행복을 찾아서' 윌 스미스 처지와 같았던 화장실 칸에서 맞은 밤... [시리즈 23] 안녕하세요?직장인테라스새벽빛입니다.https://blog6906.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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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이야기합니다.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날 평택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걸 빼앗겨 수중에 남은 게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제 맞은 곳들이 온몸에서 욱신거렸다.
특히 얼굴은 코피가 멎은 뒤에도 입술이 찢겨 부르텄고, 눈두덩과 광대뼈 주변이 푸르게 멍들어 있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손끝으로 쓸어만 봐도 그 부은 살과 멍든 피부가 그대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힘든 건 배고픔이 아니라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심장 쪽까지 전해지는 묵직한 통증이었다. 팔을 뻗는 것도 힘들었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 늑골 안쪽이 쿡쿡 찌르는 듯했다.
아침 햇살이 역 대합실 창문으로 스며들었지만, 그 빛이 따뜻하다기보단 마치 차가운 현실을 다시 비춰주는 것 같았다. 나는 그저 의자에 기대앉아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틸지 머릿속으로만 계산했다.
먹을 건 없고, 갈 곳도 없고, 아는 사람조차 없는 이 낯선 도시에서 내가 가진 건 버텨야 한다는 의지뿐이었다. 평택역 화장실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대충 씻고, 대합실로 나와 앉아있었다.
평택역 광장 리어카 카세트 테이프에선 아침부터 당시 가요톱 10 골든컵까지 거머쥐었던 히트가요 '그것은 인생'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노래가사가 모두 하나같이 나를 겨냥하고 만든 거 같았다. 가슴에 팍 꽂힌다.
저가는 세월속에 모두 변해가는 것 그것은 인생
철이들어 친구도 알게되고 아하 사랑하며 때로는 방황하며
저가는 세월속에 모두 변해가는 것 그것은 인생
시작도 알수없고 끝도 알수없는 영원한 시간속에 잠시 서있을뿐
우리가 얻은것은 진정 무엇이고 우리가 잃은것은 과연 무엇인가
저가는 세월속에 빈손으로 가는것 그것은 인생
어릴때는 엄마가 필요하고 아하 커가면서 애인도 필요하고
저가는 세월속에 모두 변해가는 것 그것은 인생
부딛치는 갈등과 갈등속에 아하 숨겨있던 자신을 발견하며
저가는 세월속에 모두 변해가는것 그것은 인생
시작도 알수없고 끝도 알수없네 영원한 시간속에 잠시 서있을뿐
우리가 얻은것은 진정 무엇이고 우리가 잃은것은 과연 무엇인가
저가는 세월속에 빈손으로 가는것 그것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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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인생
최혜영
아기 때면 젖 주면 좋아하고, 아이 때는 노는 걸 좋아하고, 저 가는 세월 속에 모두 변해가는 것, 그것은 인생. 철이 들어 친구도 알게 되고, 사랑하며 때로는 방황하며…
시작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네, 영원한 시간 속에 잠시 서 있을 뿐. 우리가 얻은 것은 진정 무엇이고, 우리가 잃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저 가는 세월 속에 빈손으로 가는 것, 그것은 인생.
최혜영의 ‘그것은 인생’을 처음 들었을 때, 가사 한 줄 한 줄이 내 심장을 쿡쿡 찔렀다. 노래 가사처럼 내 삶을 비췄다.
마치 작사가가 내 처지를 훔쳐보고 그대로 옮겨 적은 듯했다.
"시작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는 영원한 시간 속에 잠시 서 있을 뿐…"
이 구절은 당시의 나를 완벽하게 설명했다. 세상이 나를 외면한 것 같고, 나는 그 속에서 길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었다.
1984년 최혜영의 '그것은 인생'
https://youtu.be/pEP8xujonMw?si=RMoET96qMTaUNucE
예나 지금이나 배고픔은 모든 감각을 지배한다.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전날 평택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걸 빼앗겼기 때문이다.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마음속엔 두려움만 가득했다.
몸 여기저기 욱신거렸다. 코피는 멎은 지 오래 되었지만, 입술은 찢어져 부르텄고, 눈가엔 푸른 멍이 짙게 번져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늑골 안쪽이 쿡쿡 찌르는 듯 아팠다. 하지만 배고픔은 고통보다 더 강하게 나를 옥죄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전날 골목길로 나를 유인해 모든 걸 빼앗아 간 구두닦이 형이 눈앞에 나타났다. 운명의 재회인가? 광장 한쪽,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그를 보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도 나를 알아본 듯했다.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
“야~ 아직도 안 갔냐?”
“…네.”
겁이 나서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제 강탈해 간 가방과 돈을 돌려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입 밖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이 낯선 도시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그 형뿐이었기 때문이다.
“왜? 뭐?”
“저기… 형, 저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어서 그러는데… 일자리 좀 알아봐 줄 수 있을까요? 뭐든지 다 할게요.”
'어우... 병신... 가방을 돌려달라고 해야 할 거 아냐~~'
속으로는 ‘가방을 돌려달라고 해야지’라고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속으로 꿍... 속앓이는 둘째 치더라도... 입은 배고픔 앞에서 순순히 굽혀졌다.
속 마음의 또 다른 내가 나에게 소리 지르고 있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평택역에서 만난 사람 중 아는 사람이라고는 어제 만난 저 인간뿐이었으니까...
형은 나를 한 번 훑어보더니 짧게 말했다.
“따라와.”
난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또 맞을까 봐,
“형… 저 이제 진짜 아무것도 없어요. 때려도 안 나와요.”
입술터지고, 팅팅 부은 얼굴을 봤을 테니 설마 더 때릴까? 하는 의구심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부은 얼굴과 터진 입술을 보며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따라와, 밥 먹으러 가자.”
우리는 평택역 근처 오른쪽에 위치한 작은 분식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뜨끈한 국물 냄새가 허기진 배를 자극했다.
그가 시켜준 국밥을 허겁지겁 먹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이것이 밥 한 끼의 기적인가?
낯선 도시, 낯선 사람. 그런데도 이 한 끼가 내겐 너무나도 소중했다.
밥을 다 먹자 그는 또다시 말했다.
“가자.”
우리는 평택 시내로 향했고, 도착한 곳은 당시 평택에서 유명했던 고 박사 냉면집이었다. 이곳은 지금도 평택에 가면 여전히 영업 중인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유튜브 검색해 보니 당시 고 박사 냉면집 사장님 아들이셨던 분이 지금의 사장으로 나온다. 당시 고 박사 냉면집은 그야말로 날마다 손님이 끊이지 않아 문전성시였던 전국에서 알아주는 평택의 대표적인 맛집이었다.
그는 주방 쪽으로 들어가더니 누군가와 짧게 대화를 나눴다. 이윽고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서 일해라. 숙식 가능하니까.”
다시 새로운 시작인가? 그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 안도감이 번졌다. 비록 모든 걸 빼앗기고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이제는 밥을 먹을 수 있고, 잘 곳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그에게 빼앗긴 가방과 돈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따질 용기도 없었다. 그저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 일을 돌아보면, 그때 그 한 끼와 숙소가 내 인생의 한 전환점이었음을 안다. 물론 매 한순간 한순간 하루하루가 날마다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물론 그 형이 나에게 한 짓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그때 그가 보여준 **이상한 형태의 ‘도움’**이 내가 거리에서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삶은 참 아이러니하다. 가해자가 때론 유일한 생존의 끈이 되기도 한다.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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