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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장미아파트 상가내 ‘야래향’에서 보낸 가출소년의 6개월 – 그날 파출소에서 벌어진 일” [시리즈8]

새벽빛^^ 2025. 5. 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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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장미아파트 상가내 ‘야래향’에서 보낸 가출소년의 6개월 – 그날 파출소에서 벌어진 일” [시리즈 8]

 

안녕하세요?

날마다 설거지 하는 남자
새벽빛입니다.^^*

 

 

“자전거 배달하다 사고 났어요!”

 

잠실 장미아파트 단지 내, 그날도 정신없이 짜장면을 배달하다 사고가 났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여자아이를 피하려다 서로 넘어졌고, 난 무릎이 깨지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건 사고보다 파출소에서의 긴장감이었다.

 

https://blog6906.tistory.com/35

 

가출한 청소년은 어디로 가나요? [시리즈7]

가출한 청소년은 어디로 가나요? 4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묻습니다. 안녕하세요?새벽빛입니다^^* https://blog6906.tistory.com/33 난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가출청소년이었다.난 누구에게도 환영

blog6906.tistory.com

이어서 이야기합니다.

 

 

주인아저씨는 파출소에 들어오자마자 다리 다친 나를 먼저 살펴봐 주셨고, 롤러스케이트 타다 넘어진 여자아이 부모님에게도 정중하게 사과한 후, 병원치료비는 얼마가 나오든 보상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를 병원부터 데려가라 했다.

 

그리고 파출소 경찰들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여자아이도 자전거 피하느라 넘어진 거고, 우리 애도 여자아이를 피하다 넘어진 거지만, 어쨌거나 자전거 탄 우리 애가 잘못한 걸로 해서, 서로 합의해 좋게 좋게 해결하면 되지 않나? 내가 여기 소장님께 다시 말씀드려야 하나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파출소장님과 주인아저씨는 서로 잘 아는 사이인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아파트 단지 내 있는 파출소와 상가 내 중국집이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같이 있었고, 파출소장이 가끔 회식이나 음식 먹을 때 자주 들러 친분이 있었으리라 짐작이 간다.

 

경찰/출처:픽사베이

 

그렇게 말했는데도 나를 30여 분간 야단치고 때렸던 경찰은 물러서지 않을 태세로 따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 녀석, 애초부터 암사동 집에서 가출한 애라고 하던데, 알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미성년 자잖아요? 부모한테 연락해서 인계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 얘길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다시는 집에 들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나온 건데, 다시 집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모든 것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되어 가고 있었다.

 

파출소/출처:픽사베이

 

주인아저씨는 나에게 집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파출소 안에서 곧바로 집에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새엄마가 받았는지 서로 통화하는 모습이 보였고, 집으로 다시 끌려 들어갈 생각으로 마음속 각오를 단단히 다진다.

 

집에 들어가면 아버지한테 분명히 매 맞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무슨 짓을 하고 다녔길래 파출소에서 인계되어 끌려 들어왔는지 바른대로 말해!~~"

 

이번엔 어떤 걸로 나를 팰까? 상상이 가니 공포가 상상을 초월했다.

 

주인아저씨는 새엄마와 통화를 다 한 듯 경찰에게 통화해 보라며 다시 수화기를 넘겨준다. 경찰은 방금 전 나에게 그렇게 야단치고, 윽박질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주 온화한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통화하고 있었다.

 

아마도 주인아저씨가 새엄마와 원만하게 타협을 봤으리라 짐작했다. 병원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여자아이 부모에게 10만 원 정도를 건네는 것 같았고, 경찰들 보는 앞에서 합의서 작성한 후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집으로 인계되어 끌려 들어갈 줄 알았던 난 주인아저씨와 함께 파출소를 나와 중국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아저씨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전거로 배달하다 보면 사고 날 수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어, 네가 잘못한 건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집에 있는 어머니한테는 내가 당분간 보호자 역할 하면서 보살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으니 그것도 걱정하지 말아라."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사건은 싱거운 결말로 끝났다. 집으로 다시 끌려 들어갈까 봐 가슴 졸이며 조마조마했던 걱정은 사라지고, 여기서 계속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주인아저씨와 새엄마가 무슨 대화를 했길래 파출소에서 무사히 나올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궁금하다.

 

아무튼...

 

처음 일하러 들어왔을 때 월급은 한사코 필요 없다던 나에게 주인아저씨는 내 통장을 만들어 한 달 3만 원 월급을 정해 저축해 준다고 했다. 떼어먹거나 그럴 분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자전거 추돌사고 당시 파출소안에서 나에게 보여줬던 그 인자한 모습 하나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거의 6개월가량 일하면서 월급을 받아 본 적은 없다. 통장으로 저축해서 준다는 말에 그려려니 했다. 처음 일하러 들어왔을 때 월급은 필요 없다고 말한 것이 있기 때문에 애써 돈에 욕심부리는 것 같이 보일까 봐 굳이 말하기를 꺼렸다.

 

 

그럼에도 어린 나이에 한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같이 일하는 종업원 형들은 월급날만 되면 때 빼고, 광내 어디론가 돈 쓰러 먹고 마시고, 사 입고 다니는데, 어린나이에 왠지 소외감 비슷한 게 올라오긴 했다. 그래도 내가 뱉은 말이 있었기에 꾹 참고, 묵묵히 거의 6개월간 일한 것 같았다.

 

 

6개월간 옷도 못 사 입고, 못 돌아다녀 츄리닝 단벌 하나로 온갖 짬뽕국물에 음식물 찌꺼기 묻고, 단무지나 짜장면 먹다 손에 묻으면 츄리닝에 한번 쓱 문질렀던것이 수십번일텐데, 그걸 한번도 안빨고 거의 6개월간 일하고 살았으니 검은색 츄리닝에 그 땟꾸정이 오죽하겠는가? 검은색이라 안보이길 다행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렇게 살았는지 몰라?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잠실 장미아파트 상가 내 반지하 "야래향"은 보잘것없어 보였지만, 40년 전 당시 '야래향'은 단지 내 장사도 잘 되었고, 늘 배달도 많고, 손님이 북적이던 큰 중국음식점이었다. 그렇게 믿고 일했던 중국집에서의 생활이 6개월 정도가 지나 고단해질 때쯤 난 다시 나만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출처:픽사베이

 

“누군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날 야래향 중국음식점 사장님이 없었다면, 제 인생은 어디로 흘러갔을까요?”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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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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